소설 2

물거품

목구멍이 따끔거렸다. 기다란 창이 내 명치를 찌르는 꿈을 자주 꿨다. 어쩌면 내 상상이었을 수도. 어쨌든 말하기도 힘들 수준이 되자 병원에서는 물거품 증후군 이라고 했다. 점점 목이 따끔 거리다가 물 속에 잠겨 있는 듯한 상태가 되고 목소리가 나오지 않다가 그상태로 세 달이 지속되면 사망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치료 방법은 없나요. 아빠는 충격을 받은 채로 더듬으며 겨우 물었다. 진정한 사랑을 찾으면 됩니다. 이게 웹소설에 빙의한 것도 아니고 대체 뭔소린가 싶은 표정으로 의사를 쳐다봤다. 사랑을 하면 세르토닌과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이 분비가 되는데 이 신경전달물질이 뇌에 자극을 줘서 ... 어쩌고 저쩌고. 결국에는 사랑을 해야 이 증상이 사라지고 내 목소리가 나오고, 나는 목숨을 잃지 않고. 인어공주 동..

산문 2022.10.25

금성의 밤

지구에서 편지가 도착했다. 121일인 밤동안 무얼하며 지내냐고. 금성의 자전주기는 약 243일이라 지구의 시간 기준으로는 금성의 하루의 평균치는 243.0226±0.0013일이 된다. 낮과 밤이 각각 121일 하고도 12시간인 것이다. 친구가 자기가 금성에 있다면 잠을 밤에 전부 몰아서 잘 것이라고 했다. 네 달간 자고 네 달간 움직이고. 하루가 243일이라는 걸 곰곰히 떠올려보면 막연해서 오히려 두려울지도 모른다고. 우선 생각보다 121일 동안 어두컴컴한 밤이더라도 우리의 할 일은 크게 다르지 않다. 금성의 대기를 관측하고, 오늘의 위치 좌표는 어디인지, 우주선 정비와 남은 음식들 점검, 보고, 그리고 편지 읽기. 그러나 나는 금성에서 딱 사흘을 지내는 것인데도 지구로 돌아가면 순식간의 시간이 흘러있을..

산문 2022.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