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편지가 도착했다. 121일인 밤동안 무얼하며 지내냐고. 금성의 자전주기는 약 243일이라 지구의 시간 기준으로는 금성의 하루의 평균치는 243.0226±0.0013일이 된다. 낮과 밤이 각각 121일 하고도 12시간인 것이다. 친구가 자기가 금성에 있다면 잠을 밤에 전부 몰아서 잘 것이라고 했다. 네 달간 자고 네 달간 움직이고. 하루가 243일이라는 걸 곰곰히 떠올려보면 막연해서 오히려 두려울지도 모른다고. 우선 생각보다 121일 동안 어두컴컴한 밤이더라도 우리의 할 일은 크게 다르지 않다. 금성의 대기를 관측하고, 오늘의 위치 좌표는 어디인지, 우주선 정비와 남은 음식들 점검, 보고, 그리고 편지 읽기. 그러나 나는 금성에서 딱 사흘을 지내는 것인데도 지구로 돌아가면 순식간의 시간이 흘러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