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완자완자 2022. 10. 21. 22:30

트위터에 ”자살”만 쳤는데도 자동완성으로 “자살하실”이 나왔다. 턱을 괸 채로 스크로를 내려봤으나 다들 2021년, 2020년에 쓴 것들 뿐이다. 밑에 구하셨나요? 라는 멘션만 주루룩 달려있었다. 비교적 최근 멘션을 단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에게 아직 안가셨으면 까지 적다가 죽는 날까지 외롭지 않고 싶다는 게 웃겨 관둬버렸다.

오늘은 오랜만에 우울하지 않은 날이었다. 싸구려 알코올을 왕창 마셔서 그런지 머리가 아팠다. 거리는 묘한 흥분감과 열기로 가득했고, 붉은 색 노란 색 파란 색으로 나를 감싸고 있었다. 주머니 속에서는 영수증이 있었다. 24000원, 1인분의 외로움을 해소하기에는 저렴한 값이다. 내던져진 영수증은 팔랑거리며 느리게 웅덩이로 안착했다. 그 웅덩이에는 아주 작은 달이 보였는데, 처음에는 인공위성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작았지만 밝았다. 고개를 쳐 들어보니 비행기가 지나가고 있었고, 달은 구름에 가려져 아주 작게 보이고 있었다. 나 말고는 오늘 달이 존재하는 지도 모르는 듯 했다. 가로등 밑에서 연기를 내뿜고, 씨발 그 새끼랑 헤어질거야 하며 우는 소리와 달뜬 눈으로 미래를 말하는 얼굴들. 갑자기 거대한 힘이 내 발을 밑으로 잡아당기는 것 같아서 길에 주저 앉았다. 쿵 하고 큰 소리가 났으나 오토바이가 지나가는 소리에 가려졌다. 그리고 달도 점점 구름에 가려져서 점이 되다가 이내 사라져 버렸다.

등을 구부리고 몸을 밀착한 채 가만히 누워 있다 보면 어느새 뭉쳐져 단단하고 작은 점이 되는 듯 했다. 그러나 달은 잠시 숨을 수 있었고, 나는 점이 되더라도 방 안에 존재했다. 또한 존재해야만 했다. 이 트위터의 멘션처럼. 이 사람은 결국 혼자서 자살에 성공했을까. 작고 작게 접혀 사라지고 싶은 사람은 작은 흔적을 남기고 갔다. 그리고 그 흔적은 숨길 수도 없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일종의 주저흔처럼 우리들은 거기에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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